그리움 - 고진숙 작사 / 조두남 작곡
6·25 전쟁 때 북한에서 마산으로 피난 와 살던 조두남과 같은 북한 태생 음악교사 고진숙이 1958년 어느 날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로 실의를 달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. 마산이 ‘제2의 고향’으로 타관객지생활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은 음악을 연결고리로 친하게 지냈다. 그 자리에서 조두남은 악보를 그려주며 “노랫말이 맘에 들지 않으니 가사를 새로 써 달라” 고 부탁했다. 악보를 받은 고 시인은 그리움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6·25 전쟁 피난시절 헤어진 사람, 그중에서도 얼굴이 유독 하얗던 미모의 한 여대생(한영희)을 떠올렸다.
부산서 대학을 다녔던 고 시인은 부산대학교 사범대 음악과를 졸업했지만 본래는 문학청년이었다. 마침 그의 옆집엔 서울서 대학 2학년까지 다니다 혼자 피난 온 문학도 여대생 한 씨가 살았다.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글을 쓰고 책도 읽었다. 전쟁으로 어려웠던 시절임에도 취향이 같았던 두 사람은 남매처럼 의지하며 가깝게 지냈다.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과로와 폐병으로 숨지고 말았다.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그 여대생의 죽음이 너무나 슬펐던 기억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고 시인은 그녀를 소재로 한 ‘그리움’을 작시(作詩)했다. 시를 받아 든 조두남은 만족했고, 노래는 새로운 가사로 거듭 태어났다. 노랫말이 된 시는 하늘나라로 간 여대생에 대한 그리움을 읊은 것이다.
그리운 사람에 대한 공감대가 깊이 오버랩되면서 노랫말이 바뀐 가곡 ‘그리움’은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. 1961년 5·16 군사정변 후 중·고교 음악교과서에까지 실려 애창됐다. 이어 개성 출신 성악가 김자경이 처음 녹음하고 김성길 교수(바리톤) 등 여러 음악인들도 연주하면서 대중에게 소개됐다. 음악교사로 활동했던 고 시인은 훗날 옛 제자들과의 만남에서 “지금 생각해보니 그게(부산에서 여대생과의 만남) 사랑이었던 것 같다” 고 회고했다.
기약 없이 떠나가신
그대를 그리며
먼 산 위에 흰 구름만 말없이 바라본다
아, 돌아오라
아, 못 오시나
오늘도 해는 서산에 걸려 노을만 붉게 타네
귀뚜라미 우는 밤에
언덕을 오르면
초생달도 구름 속에 얼굴을 가리운다
아, 돌아오라
아, 못 오시나
이 밤도 나는 그대를 찾아
어둔 길 달려가네
메조소프라노 백남옥, 정영자와 테너 김재형, 바리톤 김동원의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.
그리움 악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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